현금 할인은 옛말…되레 수수료 낸다
현금을 쓰려면 일정 수수료를 내야 하는 업소가 크게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최근 현금을 받지 않는 업소가 늘어나면서 현금을 쓰는 소비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매체는 양키 스타디움에 야구를 보러 간 노아 카말라 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수중에 현금밖에 없던 카말라 씨가 팝콘과 소다 구매 시 현금을 내밀자 야구장 직원은 현금 구매는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그는 경기장 안에 있는 ‘역현금지급기(Reverse ATM)’를 사용해야만 했다. 현금을 투입하면 데빗카드를 즉석에서 발급해주는 기계다. 카말라 씨가 기계에 200달러를 넣자 수수료를 제외한 196달러 50센트가 든 카드를 받았고 이 카드로 결제했다. 결국 현금을 사용하기 위해서 3달러50센트의 수수료를 낸 것이다. 현금결제 어려움은 경기장이라는 특수한 경우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식당들 또한 현금을 받지 않는 이른바 ‘캐시리스’ 매장이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 현금이 감염 매개체가 될 수 있단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현금 결제 거부가 늘어났다. 이런 곳에서 현금으로 주문하려면 역ATM을 사용해야 한다. 전기료, 수도료, 렌트비 등도 현금 결제가 안돼 제3자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건당 2~4달러 정도 수수료가 부과된다. 현금 결제를 도와주는 업체인 페이니어미는 지난해에만 40억 달러의 규모의 현금 결제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현금을 사용하면 혜택이나 할인을 받을 수 있던 이전과는 달리 추가 수수료를 내야하는 세상으로 바뀌었다는 게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현금 결제 거부가 특정 계층에 대한 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이나 노년층이 주로 현금을 사용하기 때문. 모바일 페이먼트 등에 익숙하지 않다면 수수료를 내고서라도 현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2023년 기준 55세 이상의 노년층 현금 사용 비율은 22%지만 25세에서 54세의 경우엔 12%에 불과했다. 소비 지출 관리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현금 결제를 선호하는 소비자까지 포함하면 여전히 현금은 무시할 수 없는 결제수단이다. 실제로 연방준비제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금은 국내에서 크레딧 카드와 모바일 페이먼트에 이어서 세 번째로 많이 쓰이는 결제 수단이며 전체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법제화에 나섰다. 콜로라도와 로드 아일랜드는 주법으로 소매점이 현금결제를 거부하지 못하게 못 박았다. 뉴욕 시 또한 비슷한 조례가 시행 중이다. 2023년에는 연방의회가 500달러 이하의 구매를 할 때는 무조건 현금으로도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상정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현금결제에 대한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역ATM이 인기를 끌며 일부 업체는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생산업체 레디레프 측은 2024년 들어 5개월 동안 팔린 역ATM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조원희 기자수수료 현금 현금결제 어려움 현금 할인 현금 결제